티스토리 뷰

면세점

세계 면세산업의 태동과 성장

하루의사색가 2023. 9. 7. 18:48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나타난 면세점(Duty Free Shop) 원류에 대한 견해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중세 주요 항구를 중심으로 항해에 필요한 물건을 공급하는 ‘선구상’에서 비롯되었다는 양도건(1987 : P.9~10.)과 허은옥(1989 : P.9.)의 견해와 둘째, 1500년대 배 안에서 영국 선원들에 한해 면세된 가격으로 주류를 판매한 것을 시초로 보는 최영수(2013 : P.36.)와 김기홍(2018 : P.136.)의 시각이다.

 

현재와 같이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여행객들에게 관세 등을 면제해 주는 형태는 19세기 이후 나타났다. 당시 여객선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승객들은 관세가 면제된 금액으로 주류나 담배를 구매할 수 있었으며, 항해 중 구입한 물품에 대해서는 수입 관세를 지불하지 않아도 여행국이나 자국 입국이 가능하였다.

 

국제 여행객을 위해 본격적인 판매장소를 마련한 원형(原形)으로는 1947년 아일랜드 섀넌공항(Shannon Airport) 사례가 일반적인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섀넌공항은 유럽공항 중 가장 서쪽에 위치해 북미와 유럽을 오가는 관문인 동시에 대서양 횡단 항공기들의 재급유를 위한 중간 기착지로, 연 10만 명이 넘는 환승객이 공항을 이용하였다. 당시 환승객 들은 최소 1시간에서 최대 16시간 정도를 대기해야 했기 때문에 주로 섀넌공항 인근 포인즈(Foynes) 항구의 터미널에서 식음료 등의 케이터링(Catering)을 제공받았다.

 

그런데, 항공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수상 비행기를 위한 항구로 사용되었던 포인즈 터미널이 1945년 운영을 중단하면서 섀넌공항에는 환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점이나 편의시설이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당시 케이터링 관련 감사관이었던 브렌던 오리건(Brendan O'regan)은 환승객의 편의를 위해 1946년 1월 약 1㎡규모의 작은 기념품점을 마련했다. 이후 아일랜드 의회가 1947년 3월 섀넌공항을 세계 최초의 관세자유구역으로 지정하는 관세자유공항법(Customs Free Airport Act)을 통과시키면서 보렌 던 오리건의 기념품점은 세계 유일의 고나 세자유지역에 존재하는 최초의 면세점 사례로 평가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섀넌공항이 최초의 면세점이라는 주장에는 일부 논란도 존재한다. 관세자유공항법(Customs Free Airport Act)의 여섯 번째 섹션인 ‘소비재의 공항반입 제한’(Restriction on bringing of consumer goods into airport) 6-2항에 따르면 ‘관세 또는 소비세 의무가 있는 소비재는 공항으로 반입되기 이전 이를 지불해야 한다’라고 밝혀 면세소매업을 법령으로 배제하고 있으며, 이러한 사실을 당시 아일랜드 산업통상부 장관이었던 션 레마스(Sean Lemass)가 명백히 밝힌 바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근거로는 브렌던 오리건이 면세점에 대한 청사진을 얻은 시점은 1950년 유럽부흥계획(European Recovery Program, ERP)의 일환으로 16주간 미국을 방문하여 선박 내 면세점을 본 이후였으며, 실제 운영되었던 상점이 면세점으로서 기능을 한 정확한 시기 역시 1951년 3월 16일이라는 점이다.

 

논란이 존재하긴 하나 아일랜드 섀넌공항에서 시작된 브렌던 오리건의 매장은 최초의 면세점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다른 국가의 면세점 설치를 촉진하는 계기를 제공하였다. 1949년 파나마의 알베르토 모타(Alberto C Motta Sr)는 섀넌공항의 관세자유구역 개념에 착안하여 토쿠멘 국제공항에 서반구 최초의 면세점을 설립하고 운영하였으며, 1957년 네덜란드 스키폴국제공항(Amsterdam Airport Schiphol), 1959년 영국 프레스트윅공항(Prestwick Airport)과 런던 히스로공항(Heathrow Airport)이 현대적 의미의 출국장면세점을 설치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다.

 

아시아 지역은 유럽 지역에 비해 면세산업의 시작이 다소 늦었다. 세계적인 면세점 업체인 DFS의 공동설립자 찰스 피니(Charles F Feeney)와 로버트 밀러(Robert W Miller)가 1960년 홍콩에 투어리스트 인터내셔널 세일즈(Tourists International Sales Ltd.)를 설립해 1961년 홍콩 카이탁 공항(Kai Tak Airport)의 면세점 운영권을 획득, 운영한 것이 최초의 사례로 알려져 있다.

 

196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 면세산업은 전환점을 맞이한다. 먼저 제도적인 측면에서 1960년 6월 세계관세기구(World Customs Organization, WCO)의 전신인 관세협력이사회(Customs Cooperation Council, CCC)가 면세점 설치 관련 권고안(Concerning Tax-Free Shops)을 마련하는데, 이는 면세점과 관련된 첫 국제적 약속이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 면세점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면세점의 설치 장소가 공항 중심에서 시내 및 국경지역 등으로 범위를 확대하며 공간적인 제약을 벗어났다는 점이다.